‘2025 대한민국 한옥문화비엔날레’가 11월1일 영암에서 개막된다. 한옥문화비엔날레 제공
가을의 달빛이 기와지붕을 은은히 비춘다. 나무의 결 사이로 부는 바람은 마당을 스친다.
오래된 집의 숨결 속에서 공간은 다시 살아난다. 전라남도와 영암군이 주최하고 국토교통부와 (사)한옥건축학회가 후원하는 ‘2025 대한민국 한옥문화비엔날레’가 다음 달 1일부터 16일까지 영암 목재문화체험장과 구림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집은 집: 달빛 아래 한옥’. 삶의 장소로서의 한옥을 재조명한다. 전통의 건축언어가 현대생활 속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한옥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삶의 온기를 품은 문화로 되돌아보려는 시선을 갖고 한옥의 숨은 이야기를 일상 속으로 불러낸다.
주제전 ‘류니크한 한옥(Flowing Hanok)’은 5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한옥문화비엔날레 제공
흐름과 관계의 미학, ‘류니크한 한옥’
주제전 ‘류니크한 한옥(Flowing Hanok)’은 유연한 흐림이라는 개념 위에 세워졌다.
다섯 개의 전시관에는 공예, 대나무, 자개, 원석, 한지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한옥의 구조미와 어우러진다. 공간의 경계는 느슨해지고, 관람 동선은 마치 물길처럼 이어진다. 관람객은 걷는 행위 자체로 한옥의 공간 구조와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회랑에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체험형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지역성과 예술성이 만나는 이 구역은 ‘한옥이 지역의 환경적 정체성을 어떻게 보존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장이 된다. 소안갤러리의 공예 소장품에서 시작해, 대나무로 빚은 예술작품, 자개의 은은한 빛으로 장식된 공예품, 영암의 원석전, 그리고 김현주 작가의 한지꽃이 어우러지는 마지막 공간까지, 그 모든 장면이 한옥이라는 큰 숨결 아래 하나로 이어진다.
포럼과 페스티벌도 함께 열리는 학술과 문화가 결합된 한옥 축제의 장. 한옥문화비엔날레 제공
경계를 넘어선 담론, ‘담장 너머’
국제학술포럼 ‘담장 너머: 한옥과 인문학의 만남(Beyond the Wall)’은 한옥의 철학적 의미를 탐색하는 자리다. 다음 달 2일과 15일 열리는 포럼에는 국내외 건축가, 인문학자, 예술가가 참여한다. 담장은 보호와 분리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관계의 경계이기도 하다. ‘담장 너머’는 바로 그 경계를 다시 묻는다.
담장을 경계로 삼았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 사이의 다리로 변한다. 한옥이 품은 인문학적 사유는 단지 건축을 넘어 삶의 깊은 온도를 전한다.
한옥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2025 대한민국 한옥문화비엔날레'. 한옥문화비엔날레 제공
지속가능한 전통, 한옥스테이 라운지
구림 자미재 한옥에서 열리는 비즈니스라운지 ‘맛·멋·흥으로 보는 한옥스테이’는 생활 속 전통미를 현대의 친환경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공예와 가구, 자연소재의 조화 속에서 관람객은 한옥이 품은 생태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신은주 부위원장은 “한옥은 자연과 사람 사이의 숨결을 잇는 공간이다. 이번 행사는 전통이라는 형식을 넘어, 삶의 환경으로서의 한옥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통미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한옥문화비엔날레 제공
같은 시기 영암국화축제, 목재누리페스티벌, KBS 전국노래자랑 등이 이어지며, 영암의 가을은 예술과 생태가 엮이는 장이 된다. 달빛 아래의 한옥은 단지 옛집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짚어내는 공간이다. '집은 집’이라는 단순한 문장 속에, 우리의 어제와 오늘이 천천히 이어진다.
이번 비엔날레는 그 관계의 아름다움을 조경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자리로 기억될 것이다.
2025 대한민국 한옥문화비엔날레 주요일정과 배치도. 한옥문화비엔날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