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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경북 상주시 한 논의 벼가 비바람에 누워 있는 가운데 농민이 싹 틔운 벼 이삭을 살펴보고 있다.

가을이 한창이어야 하는 10월에 여름처럼 더위와 많은 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4일 기상청은 지난달 기후 특성을 발표하면서 "가을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6.6도로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10월 평균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10월 평균기온 3위가 작년(16.1도)이니 2년 연속 이례적으로 무더운 10월을 보낸 셈이다. 10월 평균기온 2위는 2006년(16.5도)이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평년(1991∼2020년 평균) 10월 평균기온(14.3도)보다 2.3도나 웃돈 것이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전남 완도(낮 최고기온 30.5도), 9일 충남 보령(30.8도), 11일 전남 고흥(30.4도) 등에선 10월인데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각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0월 기온 신기록이 수립됐다.

제주 서귀포는 지난달 13일까지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1961년 서귀포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늦게 열대야가 나타난 것이었다.

중순까지 고온 이어지다 하순에 급격한 한파

지난달 시기별로 보면 중순까지 덥다가 하순에 갑자기 추워졌다. 서울의 경우 18일엔 기온이 가장 낮을 때도 14.2도로 15도에 육박하다가 21일엔 기온이 4.8도까지 낮아져, 사흘 만에 일최저기온이 9.4도나 떨어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지난달 28∼29일 중부내륙과 경북북부를 중심으로 올가을 첫서리와 첫얼음이 관측됐다. 서울과 대구 등의 올가을 첫서리와 첫얼음은 작년에 견줘 9∼10일 일렀다.

강수일·강수량 모두 역대 최다…강원영동 특히 심해

지난달 기온만 특이하지 않았다. 10월치고 매우 이례적으로 비가 잦았는데 비가 내린 날(강수일)은 14.2일, 전국 평균 강수량은 173.3㎜로 둘 다 1973년 이후 10월 중 최다였다. 평년 10월 강수일(4.9일)과 강수량(63.0㎜)에 견주면 강수일은 2.4배, 강수량은 2.8배였다.

9월까지 가뭄을 겪었던 강원영동에 특히 많은 비가 내렸다. 강원영동의 지난달 강수일은 21.3일, 강수량은 408.2㎜에 달했다. 강원영동 10월 강수일과 강수량으론 역대 최고치이며 평년(강수일 7.3일·강수량 89.1㎜)과 비교 시 강수일은 2.9배, 강수량은 4.6배로 많았다.

강릉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24일까지 22일간 내리 비가 내렸는데 이는 사계절을 통틀어 따져도 강릉 강수 지속 일수 신기록에 해당했다. 강릉 강수 지속 일수 2위는 1954년 7월 17일부터 8월 4일까지 19일, 3위는 1965년 7월 7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17일이다.

북태평양고기압 서쪽 확장이 주요 원인

지난달 이례적으로 덥고 많은 비가 내린 원인으로는 중순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더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채 버티고 있었던 점과 북인도양의 강한 대류 활동이 꼽힌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공기가 불어 들면서 기온이 올라갔다.

또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북서쪽 대기 상층에 찬 성질 기압골이 발달해 영향을 주고 대기 하층으로는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지나면서 비가 자주 많이 왔다. 고온다습한 공기 때문에 대기 중 비의 재료인 수증기가 풍부한 상황에서 기압골과 저기압이 지나며 비가 내릴 수 있는 구조까지 갖춰진 것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10월 중순까지 세력이 수축하지 않은 이유로는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고 열대 서태평양에서 대류 활동이 예년보다 활발했던 점이 꼽힌다.

주변 해역 수온도 23.3도로 최근 10년 중 1위

우리나라 바다도 뜨거웠는데 지난달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2016∼2025년) 평균 10월 해수면 온도(21.6도)보다 1.7도 높으며 최근 10년 가운데 1위인 23.3도였다.

10월 중순 이후에는 평년보다 강해진 북극진동도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북인도양의 활발한 대류활동이 파동형태로 우리나라와 일본 주변까지 전파되면서 일본 동쪽에 고기압성 흐름을 발달시켰다.

2024년 한 해를 통틀어 우리나라 기온을 높인 주요 기후학적 요인으로는 높은 해수면 온도, 티베트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등 고기압의 발달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해역을 비롯한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연중 평년보다 높아 해상을 통해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증가시켰고, 북인도양에서도 해수면 온도가 높아 이 해역에서 활발히 상승한 공기가 티베트고기압을 발달시키며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2024년이 113년 관측 이래 연평균기온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11개월 연속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