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3일 추가 개소한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콜센터. 보건복지부 제공
자살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특히 자살 유가족의 자살률이 일반 인구보다 22.5배나 높게 나타나는 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숲'이 생명을 살리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주지 주변에 산림이 많은 지역은 적은 지역보다 우울증 환자의 총 자살 시도 위험이 8년간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중·노년 남성의 자살률이 산림이 풍부한 지역에서 평균 5.5% 낮게 관찰되는 등, 산림환경이 정신건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 예방 분야에 산림치유 적용을 모색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과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림치유는 숲의 경관과 피톤치드 등 자연 요소를 활용해 신체와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다. 자연환경 노출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는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산림의 치유 효과에 주목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자살 예방 분야에 산림치유를 본격 적용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4일 경희의료원, 19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과 '산림치유 기반 자살 예방 전략'을 논의했다.
그동안 국립산림과학원이 축적한 연구 결과는 산림치유의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우울증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우울증상(BDI척도)이 31.5점에서 17.6점으로 감소해 중증에서 중등도 수준으로 개선됐다. 스트레스(SRI-MF척도) 수준도 35.9%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前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산림치유가 불안과 우울 완화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청소년의 정신건강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교부적응 청소년의 학교생활적응도가 산림치유 프로그램 적용 후 8.1% 향상됐고, 요보호 아동의 우울수준(SCL-90-R척도)은 경도 수준에서 평균 2.3점 감소하는 등 숲 환경이 청소년들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前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산림치유가 불안과 우울 완화에 도움을 주는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치료 외에 사회적 연결망과 개인의 가치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가 '자살예방을 위한 산림치유 적용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는 "자살 유가족의 자살률이 일반 인구 자살률보다 22.5배 가량 높게 나타나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효창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은둔과 고립 등 자살 고위험군의 자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VR과 모바일 기반의 산림치유 콘텐츠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효창 삼성서울병원 책임연구원은 자살 고위험군의 자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VR과 모바일 기반의 산림치유 콘텐츠 도입을 제안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도 의료 전문가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자살고위험군의 특성을 파악하고 산림치유를 활용한 자살 예방 접근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