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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가꾸기

전주시가 일선 주민센터 등에 "11월에 꽃을 심어라"라고 지시해 공무원들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중순 '시장님 지시 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35개 동 주민센터 등 전 부서에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각 동장은 책임하에 전주천·삼천변에 꽃밭을 조성하고 11월 중 시장이 현장을 방문해 평가 후 우수 부서를 포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80년대 행정도 이렇게는 안 해"…공무원들 개탄

공문이 내려오자 시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11월 꽃밭 조성에 대한 지적과 불만이 쏟아졌다.

공무원들은 "동마다 정해진 하천 구역에 꽃을 심으라고 하면서 예산 지원도 안 해주면 꽃은 무슨 돈으로 살까요?", "80년대 행정도 이렇게는 안 할 듯하다"라고 개탄했다.

예산 지원도 없이 각 동 주민센터에 꽃밭 조성을 지시하고,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평가하겠다는 방식은 사실상 공무원들을 줄 세우는 구태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환경단체 "상식 벗어난 하천관리…눈속임 꼼수 행정"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상식을 벗어난 하천관리 행정으로 시민과 공무원, 환경단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운동연합은 "11월은 서리가 내리고 찬 바람이 불고 피던 꽃도 지는 계절"이라며 "예산 지원도 없이 동별 자생단체를 참여시켜 11월에 필 수 있는 꽃을 심으라고 지시하고, 더 나아가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우수 주민센터를 포상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공무원을 줄 세우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님 지시 사항'이라는 이름으로 공무원과 주민을 동원하는 상명하복식 구태 행정과 잘못된 하천 관리 정책을 눈속임하는 꼼수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 "자율적 식재" 해명…뒷북 대응 논란

논란이 확산하자 시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시는 "천변에 억새와 갈대 등만 있어 경관이 좋지 않다는 시민 민원이 있어 국화와 코스모스 등 가을꽃 식재를 추진한 것"이라며 "자율적으로 심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님 지시 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책임하에 조성', '시장 방문 평가 후 포상' 등의 표현을 사용해 놓고 자율적 식재라고 해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