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시가 공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전체 조감도. 서울시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건너편에 최고 142m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서울시 vs 국가유산청, 평행선 달리는 입장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기존 55m, 71.9m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서울시는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13차례 문화유산 심의를 거치며 높이가 50m나 축소돼 사업이 20년 넘게 표류했다"며 "종묘 경관을 고려한 앙각 기준을 적용해 도심 기능과 환경의 조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운4구역이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서울 기준 100m) 밖이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세계유산법에 따라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기존 협의된 높이 55~71.9m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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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전경.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제2의 왕릉뷰 아파트' 될까 우려
문화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세계유산 주변 난개발 논란을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유산 연구자는 "종묘라는 역사적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개발은 마이너스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축계 원로 학자도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며 "중요 유산의 역사·문화 경관적 가치를 훼손하는 개발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리버풀, 해양 무역 도시'는 대규모 개발로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올랐다가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상실했다. 오스트리아 '빈 역사 지구' 역시 급격한 도시 개발로 2017년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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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기대와 유산 보호 사이 딜레마
인근 주민들은 20년 넘게 지연된 재개발 사업이 드디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높이 제한 완화로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재개발 추진에 활력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유산영향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견해차가 큰 만큼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서울시 고시 내용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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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의 정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