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는 오래전부터 '도시 속의 자연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무등산 자락, 골짜기의 작은 숲,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자연이 계절마다 삶의 심장으로 느껴졌던 기억. 그러나 정작 공식적인 '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은 없었다. 광주시립수목원의 조성 역사는 바로 이 간극을 메우려는 시민의 요구와 행정의 고민이 쌓여 온 시간이다.
광주시립수목원의 유리온실. 한국정원조경연합회 제공
도전과 타협으로 쌓아온 도시의 녹색 명소 조성
2009년, 광주시는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 주변 부지에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의 생태숲·식물원·산책길 등을 갖춘 종합산림타운 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계획에는 방문자센터, 전시 온실, 전통정원 등을 포함한 '환영의 숲', 무등산과 남도의 자연을 형상화한 '무등산 사계숲', 그리고 생물다양성 연구시설이 있는 '미래건강 숲'이라는 세 개 테마 구역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순탄치 않았다. 예산 확보 문제, 토지 보상 절차의 지연 등이 겹치며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약 40% 수준으로 조정해야 했고, 조성 예정지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일도 있었다.
마침내 2019년 11월 25일, 광주시는 토지 및 지장물 보상 계획을 공고하며 10년 가까이 표류하던 사업에 본격 불을 지폈다. 2020년 5월 28일에는 착공식이 열렸고, 수목원 조성 공사는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2022년에는 공정률이 약 90%에 이르렀으며, 당초 계획했던 부지 약 24만 6948㎡ 규모 내에 남도숲 등 3개 지구, 9개의 정원, 1,000여 종이 넘는 수목과 꽃들을 식재하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광주시립수목원은 2023년 10월 시민들에게 정식 개방됐다. 한국정원조경연합회 제공
2023년 10월, 시민들에게 정식 개방됨으로써 도시의 녹색 명소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이 역사를 돌아보면, 수목원은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라 도전과 조정, 그리고 타협과 실현의 결과물이다. 사업 초기의 원대한 비전이 있었고, 그 비전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닿을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졌다.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경험이 앞으로의 운영과 활성화 전략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자연과 시민이 맞닿는 접점을 향하여
광주시립수목원의 초기구상이 실현되기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정원조경연합회 제공
이제 과제는 '역사'를 품은 수목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초기 구상처럼 시민 참여·생태 교육·보전 연구·지역 문화와의 연계 같은 요소들을 더 탄탄히 살리는 일이다. 수목원이 처음 구상되었던 '환영의 숲'과 '미래건강 숲' 등의 이름들이 허울이 되지 않도록, 자연과 시민이 서로 맞닿는 접점을 실제 프로그램과 공간 운영 속에서 구현해야 한다.
광주시립수목원이 걸어온 그 시간들처럼, 앞으로의 시간들도 시민들의 기억 속에 좋은 숲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숲이 자라듯, 우리의 공동체도 자연과 함께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한다.
광주시립수목원의 실내조경. 한국정원조경연합회 제공